[사제의 눈] 최용진 "조두순 출소, 못막은 건가요 안막은 건가요."

[사제의 눈] 최용진 "조두순 출소, 못막은 건가요 안막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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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0 17:00 수정 : 2020-11-20 17:29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고 나서 “메르스 사태는 초기대응 미숙이 화를 키웠다”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초기 대응의 중요성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골든타임(Golden Time)은 화재 초동 진압과 응급 환자의 소생률 향상을 위한 단 5분의 시간을 말합니다.

화재 발생 시 5분이 지나면 불이 급속히 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코드 블루’는 병원 내에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긴급 심폐소생술을 진행할 팀을 이르는 말로 심정지후 4분 이내에 심폐 소생술이 시행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초기대응 실패에 따른 감염 확산으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들의 소식이 매일같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 감염으로 불과 100일 차이로 아빠와 엄마를 모두 잃은 4살 아이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던 2008년 12월. 전과 17범이었던 조두순이라는 한 인물이 뉴스에 등장합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당시 8세 여아를 성폭행해 신체를 훼손하였고 피해 아동은 이로 인해 영구 장애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법원은 가해자의 나이가 많고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징역 12년형을 선고했습니다.

2020년 12월 13일 조두순이 출소예정입니다. 출소하면 본인이 살았고 피해자 가족이 살고 있는 안산시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지원했다고 합니다.

조두순은 출소와 동시에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일명 전자발찌를 착용합니다. 전담 보호 관찰관이 배정돼 24시간 보호 관찰할 예정이고 거주 지역에 CCTV를 2배 가까이 추가 설치합니다. 출소 전 ‘전자장치부착법’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도 개정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산시 전체가 두려움에 떠는 이유는 성범죄자 100명 가운데 2명꼴로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렀고 이 가운데 절반은 주거지 1km 안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두순 사건 이후 성범죄 관련 법안만 700건 넘게 발의됐지만, 출소한 성범죄자를 관리하는 제도는 사실상 ‘전자발찌’가 유일하고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한 해 평균 60건 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조두순이 사회로 나오는 것을 막아달라는 수많은 청원이 올라와 있고 수십만명의 동의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현행법상 재심은 불가능하고, 출소를 막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는 원론적인 말만 듣게 됐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제 외침이 왜 메아리로만 들리나요.” 라고 한탄한 나영이 아버지는 결국 불안해하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안산을 떠나기로 했고, 국가가 아닌 국민들의 모금 운동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삼권분립의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 아래에서 입법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권력기관입니다. 법률의 제정은 법률안의 제출과 의결, 공포라는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과잉 입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수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여야 의원들의 갈등으로 실제 법 제정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자동 폐기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613개의 율법을 만들고 가르치는 율법학자들은 입법기관이자 교사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나는 율법을 없애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라고 했지만“게으름은 온갖 나쁜 짓을 가르친다.”(집회서 33,28)라는 말처럼 상황에 맞는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사람을 살릴 수 있었던 그 법은 결국 쓸모없게 되었습니다.

후베르토 성인은 젊은 시절 높은 직위에도 오르고, 쾌락과 즐거움만을 추구하였는데 어느날 홀로 사냥을 나갔다가 만난 큰 수사슴으로부터 “만일 네가 지금 당장 주님께 돌아가 거룩한 삶을 살지 않으면 너는 즉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즉시 람베르투스 주교를 찾아가 그의 영적 지도를 받고 회개했다고 합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하는 입법부도 사법부도 행정부도 결국 12년이라는 시간을 놓치고, 나영이 가족의 이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지금’ 하면 기회를 잡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다음에’라고 말하는 순간 기회는 사라지고 그 피해는 수십배, 수백배의 고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오늘 <사제의 눈>은 ‘조두순 출소, 못막은 건가요 안막은 건가요’였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0-11-20 17:00 수정 : 2020-11-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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