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태 "깨어나 내맡기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장인 정신으로 술을 빚죠"

[인터뷰] 이진태 "깨어나 내맡기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장인 정신으로 술을 빚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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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22 17:35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이진태(루도비코) / (주) 장인정신 대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유기쌀과 우리밀 누룩으로 술 빚어

우리 땅과 농업, 생명이 사는 것

정신, 장인, 법식 3가지 덕목 유지

욕심, 태만, 조급함 3가지 경계

섭리대로 빚어야 인생도 제 맛이 나는 법


[인터뷰 전문]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로 하여금 자연과 환경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 과제인지를 깨닫게 하는데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전통을 고수하며 기도와 정성으로 술을 빚으시는 분이 있습니다.

이진태 루도비코 장인정신 대표 연결해 친환경 전통 막걸리 만드는 이야기 들어보죠.

▷이진태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요즘 나이나 성별을 떠나 한두 잔의 술로 고된 하루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대표님께 술은 무엇인가요?

▶술은 휴식이고 위로가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제가 어려울 때 술 없이 이 세상을 어찌 건너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세상이 지금처럼 어렵고 힘들 때 한두 잔의 술로 시름을 잠시 잊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저도 매일 한두 잔씩 마시고 있습니다. 술을 드시면 근육과 신경이 이완되잖아요. 심리적 안정감도 얻을 수 있고요. 그런데 과음은 안 되겠죠.


▷우리나라 전통주만 해도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요,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막걸리 양조장을 시작하셨습니까?

▶사실 양조장 시작한 동기는 생활의 방편이었어요. 제가 전통주를 배우고 전통주 연구도 하고 전통주 교실을 병행을 했는데요. 그것만으로는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양조장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주종을 많이 고민을 했는데요. 어떤 술을 빚을까. 그래서 `성탁현청`이라고 제가 지어낸 말인데 성인은 탁주를 좋아하고 현자는 청주를 좋아한다는 말인데 다시 말해서 성인은 진흙과 먼지 탁함을 가리지 않고 현자는 맑음과 탁함 분별함이 있다는 얘기겠죠. 그래서 막걸리는 사실 맑음과 탁함을 다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통으로 탁함과 맑음을 마신다. 그게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막걸리 양조장을 시작했고요. 지금 막걸리만 빚는 게 아니고 풍미를 높이는 미온이라는 맛술도 빚어서 한살림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막걸리 종류가 정말 다양하더군요. 장인정신에서는 어떤 막걸리를 빚고 있는지요?

▶지금 저는 찹쌀막걸리, 땅콩막걸리를 빚고 있는데요. 제가 막걸리를 빚는 기본은 조선시대 방문주라는 술에서 따왔습니다. 술이라고 하면 이렇게 빚는 술 해서 방문주인데요. 방문주를 기본으로 술을 빚고요. 이를테면 쌀, 누룩, 물을 넣어서 밑술을 빚고 거기에다가 다시 고두밥을 쪄서 덧씌우기를 하는 덧술을 하면 그게 이양주 방식이 되는 거죠. 그래서 방문주를 기본으로 해서 평범하지만 맛과 향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서 찹쌀막걸리를 빚고 있습니다.


▷보통은 멥쌀과 찹쌀을 섞어 막걸리를 만드는데 찹쌀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으세요?

▶제가 찹쌀만을 고집하는 건 아닌데요. 조선시대에 방문주를 보면 밑술은 맵쌀로 빚고 덧술은 찹쌀로 빚었거든요. 찹쌀로만 빚는 이유가 있어요. 그것은 단맛을 더 내기 위해서인데 단맛을 추구한다는 게 사실 생존을 위한 탄수화물 섭취 그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요즘같이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 아닙니까, 코로나도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더 단맛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심리적으로 단맛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게 있죠. 그래서 저는 찹쌀에는 효모에 의해서도 잘 분해되지 않는 고유의 당이 포함돼 있거든요. 그래서 현대인의 입맛에 부흥하기 위해서 찹쌀로 술을 빚습니다.


▷전통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 유기쌀과 우리밀 누룩을 쓴다면서요? 막걸리 맛을 내는데 유기쌀을 쓰는 것이 일반쌀이나 수입쌀과는 맛이 어떻게 크게 차이가 납니까?

▶조금 납니다. 맛을 내는 데는 유기쌀은 일반쌀이나 수입쌀에 비해서 조금 풍미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미각에 둔감한 일반인이 구분할 정도의 맛의 차이는 크게 없다고 볼 수 있고요. 그런데 유기쌀이 감칠맛이라든지 구수한 맛이 더 있어요. 그런데 누룩으로 인한 맛의 차이가 큽니다. 누룩은 전통의 맛 그리고 정체성을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유기쌀을 씀으로서 생명을 살리는데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유기쌀을 생산함으로써 우리 땅이 살고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 농업도 살고 우리 밥상이 살고 그리고 우리 생명이 사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래서 제가 유기쌀을 쓰는 거고요. 사실 수입쌀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변질 방지를 위해서 부패 방지 처리하는 인위적 조치가 있지 않나 합리적 의심을 하는 거죠.


▷장인정신으로 막걸리를 만들기 위한 `3보 3계`라는 특별한 철학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뜻인가요?

▶대단한 건 아니고요. 제가 술을 빚을 때 노동중압감이라고 할까요. 너무 힘들 때 의미 있는 노동을 하자. 그런 의미에서 추구한 가치인데요. 제가 감사기도를 드리는 중에 생각한 내용이기도 한데 제가 하는 일명 김칫국 기도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옛 말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먼저 마신다는 말이 있잖아요.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떡을 주시는데 조건은 있어요. 깨어서 내맡기는 마음으로 김칫국을 마셔야 하거든요. 그래서 떡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되는 건데 그렇지 않으면 떡도 못 얻어먹고 김칫국 많이 마셔서 물만 찾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느낌이 있고 경지가 다 다르겠지만 깨어서 내맡기는 마음으로 김칫국 마신다는 거는 순수하고 고요한 마음, 분별 판단하지 않고 욕심 없는 마음으로 김칫국 마셔야 하고요. 어쨌든 3보라는 건 3가지로 제가 추구하는 보배로운 덕목인데요. 정신, 장인, 법식입니다. 정신은 술을 빚을 때 모시는 마음으로 하자. 그리고 장인은 그동안 터득한 기술력을 유지를 하자. 그리고 우직하게 하자. 법식은 원칙대로 하자. 그래서 주방문. 아까 방문주 말씀드렸다시피 법식대로 술 방식대로 그대로 빚자는 뜻이고요.


▷3계는 어떤 겁니까?

▶제가 경계해야 할 그런 내용인데요. 욕심, 태만, 조급함, 3가지인데요. 욕심은 먼저 재료비, 원가를 낮추지 않겠다. 유기쌀을 꼭 쓰겠다. 돈 만을 추구하지 않겠다. 그리고 너무 실익에 편향되어서 돈만 추구하지 않겠다는 뜻이고요. 저를 경계하는 얘기죠. 그리고 태만은 잘못을 답습하지 않겠다. 잘못한 게 나오면 연구하고 개선하겠다는 뜻이고요. 그리고 조급함은 자연에 순응하는 자세로 너무 서두르지 않는다. 맛과 향을 내는 데 첨가물을 쉽게 만들지 않겠다. 그런 거예요.


▷3보 3계에 그런 특별한 철학이 담겨 있다는 걸 몰랐네요. 앞서 말씀하신 깨어서 내맡기는 마음으로 김칫국을 마신다는 것도 독특한 의미가 있는 철학이라는 걸 느끼게 되네요. 막걸리 장인으로서, 또 신앙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신앙인으로서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성가 중에 49번 옹기장이라는 성가가 있어요. ‘옹기장이 손에든 진흙과 같이~’로 시작되는 성가인데 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술은 쌀, 누룩, 물 이런 재료로 빚거든요. 인생은 생각, 의지. 감정, 감각 이런 재료로 빚는다고 생각을 하는데 술 재료를 미생물의 환경 조건에 맞게 자연의 섭리대로 빚어야 제 맛이 나는데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생각, 의지, 감정 등을 하느님 뜻대로 빚어야 맛과 향이 좋은 인생이 빚어지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술을 빚을 때 가장 행복할 때가 있습니다. 술이 잘 숙성돼서 술독을 내려다보는 중에 술 향기와 더불어서 술 표면 뒤에 제 얼굴이 비쳐요. 맑게 술이 고여 있거든요. 그때 행복감을 느끼는데 노년에 저도 잘 숙성된 술처럼 저도 맑은 모습으로 제 자신을 바라보고 싶고요.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첫 기적과 마지막 기적은 술이었지 않습니까? 그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시고...


▷공생활의 첫 시작이 카나의 혼인 잔치 때 물을 술로 바꿨던 기적이죠.

▶그리고 포도주를 당신의 거룩한 피로 변화시키신 파스카 신비가 있고요. 술은 인간과 하느님을 연결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는데 저도 이 발효를 통해서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술과 같은 인생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자연의 순리에 따라 기도와 정성으로 유기농 전통 막걸리를 빚는 이진태 루도비코 장인정신 대표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인터뷰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입력 : 2021-04-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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