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우용 "日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각하 결정, 판사가 헌법의 가치 부정했다"

[인터뷰] 전우용 "日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각하 결정, 판사가 헌법의 가치 부정했다"

Home > NEWS > 사회
입력 : 2021-06-16 18:57
▲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샌드 아트(sand art) 영상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전우용 / 역사학자 겸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손배소 각하 결정, 식민 통치자 관점에서 내린 ‘부끄러운 판결’
식민지배 불법성 인정하지 않은 판사 논리는 헌법의 가치 부정하는 것
국내 극우 역사학자의 비상식적 논리 그대로 답습

정치나 국제정치 논리 아닌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대법원은 반헌법적, 몰상식적 판결에 대한 경고 메시지 내야 마땅


[인터뷰 전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해 1심 재판부가 각하(却下) 결정을 내린 걸 두고 후폭풍이 거셉니다. 어제는 소송대리인단에 참여한 변호사를 연결해 법적인 논란을 짚어봤고요.

오늘은 판결문에 담긴 재판부의 역사관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법원공무원노조에서조차 ‘친일판결’이라고 비판할 만큼 일부 극우세력의 역사인식과 일본 역사관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역사학자인 전우용 교수 연결해 견해 들어보겠습니다.

▷전우용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3년 전 대법원 판결과 정면 배치된다, 법적인 측면에선 비논리적이고 난센스라는 비판이 있습니다만, 판결문에 전제된 재판부의 역사관, 역사학자로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합법이고 정당했다는 걸 전제로 하면 독립운동은 불법적 행위가 되죠. 그러니까 우리 역사를 독립 운동가들의 관점에서 본 게 아니라 일본 식민 통치자들의 관점에서 본 겁니다. 일본의 식민 통치 행위 전체를 그것이 갖는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 문제와는 별도로 당대의 실천법적 기준에서 아주 협소하게 바라보고 내린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의 독립 운동가들을 치안유지법이니 아니면 소요죄니 내란죄 이런 식의 죄목을 걸어서 유죄 판결을 내렸던 판사들의 역사 인식과 그리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판결문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들 하나하나 짚어보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 잡은 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법적인 해석’이라고 적시한 부분이에요. 이 대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하죠. 판사가 한국 판사지 일본 판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국내법적 해석에 따라서 해야죠. 그러니까 우리 국가의 정통성과 관련이 돼 있는 문제이고, 일본은 실제로 2차 대전 패망으로 한국을 독립시켰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헌법적 규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어요. 국내 헌법이 당대의 국제법적 기준이나 국제법적 사고와는 위배되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런 식으로 해석한다면, 판사의 논리에 따른다면 대한민국 헌법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인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대한민국 판사가 아니라 일본 판사의 논리라는 얘기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당연히 국내법적 원칙과 법의 내용에 따라야 할 것이고 국내법의 정신을 따라야죠. 법의 판결이라는 것이 헌법 정신에 기초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법원이든 판사든 아니면 정치이던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일을 해서는 안 되겠죠. 판사의 논리는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한국인 판사의 판결이라고 얘기하기조차 부끄러운 판결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한 적이 없다’라는 부분은 소위 팩트 체크가 필요해 보입니다. 당사국인 일본은 그렇다 치고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어려운 문제죠. 패전국 독일 같은 경우에 2차 대전 중에 점령했던 나라들에 대해서 불법 점령에 대해서 사과하고 배상한 사례들은 있습니다만, 승전국들 예를 들어 영국이 이집트와 인도 지배에 대해서 불법성을 인정하고 예컨대 이집트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되돌려 줬다든가 그런 사례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국제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라든가 다양한 사례에 따라서 사례별로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문제거든요. 일본인들도 일반적인 주장하는 것은 우리는 그렇게 많이 비교를 해요.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기간이 좀 더 길었지만 독일과 프랑스에 빗대서 한국인들은 해석을 하는 반면에 일본인들은 영국과 이집트의 관계나 영국과 인도의 관계처럼 생각을 하죠. 거기서 서로 접점을 찾기 어려운 갈등 지점이 있긴 합니다만, 일관되게 국제법적으로 식민 지배의 불법성은 인정될 수 없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사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판결문이 정치적 판결이라고 비판받는 또 다른 대목이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가 이른바 ‘한강의 기적’에 큰 기여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예를 들어서 누가 사고를 당했는데 정당하지 않은 부족한 액수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치고 그거로 투자해서 성공했다면 그게 보상금 덕분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첫 번째 문제고요. 당시에 결과적으로 그 자금이 한국 경제 성장에서 종자돈으로 기능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정당한 보상금이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우리로서는 이승만 정권 이래로 일관되게 이승만 정권 당시 환율로 20억 달러 이상을 책정했었어요. 조사를 한 결과가. 그것도 현금이 아니고 대부분이 현물이나 용역으로 지원이 된 케이스고요. 그러는 상황에서 결과만 놓고서 일본 덕에 우리가 산업화, 근대화 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극우 역사학자 중에서 아주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비판받는 그런 사람들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거죠.

그리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일본의 청구권협정 과정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불법적인 인권 침해, 학대, 강제연행 이런 일들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거기서 논의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법이 판단을 해야 할 문제인데, 다른 이슈를 끌어다가 법적 판결의 문제를 덮어버린 거죠.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법적으로도 터무니없는 판결, 주장이 아닌가 싶어요.


▷수탈해 간 우리의 유무형의 자산까지 포함하면 이거를 어떻게 환산이 될까요.

▶환산이 안 되죠. 그 당시 이승만 정권 때도 한국전쟁 끝나고 전부터 사실은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준비를 했었고, 일본으로 인해서 유무형의 피해를 돈으로 환산했을 경우 얼마쯤 될 것이냐는 것이 늘 요구했던 것은 20억 달러에서 30억 달러 수준이었어요. 5분의1도 안 되는 수준에서 일본이 배상도 아니고 보상도 아니에요. 독립 축하금이라는 애매한 해괴한 명목으로 일본에서 지급했던 것이라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식민 지배 기간 동안 우리가 입은 유무형의 피해를 과소 평가한 것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식민지와 제국주의 관계에 대한 몰이해라고 이야기해야 하겠죠.


▷한일 간 역사적 문제들을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가서 패소할 경우 국격(國格)이 손상되고 대일관계와 한미동맹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걸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는데요.
한일 간 역사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가는 것 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당의 대변인이나 언론사 논설위원이라면 그런 정도 얘기를 할 수 있겠죠. 법적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이고 국제 정치에 대한 해석의 문제니까 그런 논리를 정치적으로 풀어서 설명할 수 있다면 정치적 논설인데, 그걸 판결문에 쓴다는 건 정말 어이없는 일이죠. 법관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고 돼 있잖아요. 거기에 왜 국제 정세가 들어가야 합니까?

예를 들어 그런 일들을 우리가 수시로 겪었어요. 특히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때문에 미군에 의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법관이 국제 정세를 고려하고 한미동맹을 생각해서 피해자가 참으라는 식의 재판을 한다면 그게 말이 되는 판결이겠어요? 독재 정권 시절에는 그런 판결이 흔했어요. 이번 판결은 대상은 다르지만 논리는 똑같아요.

국제정세나 외교 관계를 고려해서 법적으로 따지기 전에 정치적, 외교적으로 풀자. 이런 논리의 판결문이라면 재판이 왜 필요하고 소송이 왜 필요하겠어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면. 그게 아닌 거죠.

국제사법재판소에 갈 문제도 아니고 이런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역사 갈등 문제를 중재해 본 적도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 터무니없는 가정을 하고 일방적으로 법관이 법이 아니라 정치 논리와 외교 국제 정세 논리에 따라서 피해자들에게 참으라고 강요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임재성 변호사도 지적을 하셨습니다만 법관의 월권이라는 표현을 쓰시더군요. 이번 판결문을 두고 여러 가지 비판이 있긴 하지만 헌법상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 내용대로라면 법관이 자신의 역사관에 의거, 양심에 따라 판결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건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이 법관의 판결과 판결문을 풀어가는 방식이 1차적으로 헌법의 가치를 위배했어요. 우리는 일본의 식민 지배가 정당하지 않다. 불법적 식민지배라고 하는 전제 하에서 3.1운동으로 독립을 선언한 다음에 실제로 우리는 독립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고 하는 전제 하에서 헌법 정신을 규정했거든요.

일본의 식민 통치는 합법이다, 그리고 국제법상 합법이고 또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일반적인 식민 통치 행위 자체가 전체적으로 합법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헌법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거예요. 판사의 자격이 헌법이 규정한 거잖아요. 판사의 판결 기준에 대해서. 그 헌법을 부정하면서 어떻게 판결할 수 있겠어요. 이 사안은 개인적인 탄핵의 문제가 아니라 판사가 헌법 정신을 부인하고 헌법 가치를 위배했다는 측면에서 무겁게 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재판부에 대해 즉각 탄핵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글 게시 하루만에 20만 명을 훌쩍 넘기더니 지금은 30만 명을 넘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면서도 한국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서야 할 청와대나 정부가 어떤 답을 내놔야 한다고 보세요?

▶삼권분립인데 청와대가 판사를 탄핵할 수는 없겠죠. 그야말로 국민의 여론을 보여주는 건데요. 법원 내에서 1차 징계든 의견 표명이든 탄핵이든 어떤 조치가 진행돼야 할 것 같아요.

법원 내부가 자정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일각에서 식민지 시대의 판결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고, 제국주의 논리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판사들이 아무래도 있을 수밖에 없죠. 어느 사회 영역이나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우리 헌법 정신이 과연 무엇인지 이 대목에서 대법원 차원의 성명서 정도는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징계로 이어지든 아니든 판사 개인의 판결로서 이것이 아직 1심이기 때문에 재심,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될지는 좀 더 봐야겠습니다. 설사 상고심에서 판결을 뒤집는다 하더라도 1심 판결이 갖고 있는 반헌법적이고 몰역사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법원 자체에서 의견을 모으고 판사들에게 이런 식의 반헌법적 발상이 대한민국 법원 내에서 전승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경고 메시지 정도는 분명히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역사학자인 전우용 교수 연결해 일제강점 피해자들의 손배소 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부의 역사관에 대해 견해 들었습니다. 전우용 교수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cpbc 김원철 기자(wckim@cpbc.co.kr) | 입력 : 2021-06-16 18:5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pbc 가톨릭평화방송'에 있습니다.
ⓒ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