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정수용 "4%라고 쓰고 각자 편한 대로 읽는다"

[사제의 눈] 정수용 "4%라고 쓰고 각자 편한 대로 읽는다"

Home > NEWS > 경제/산업
입력 : 2022-01-28 15:00 수정 : 2022-01-28 16:56


학창시절...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던 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때가 되면 발송되는 성적표였습니다. 우편으로 배달되던 경우는 어떻게 해서든지 부모보다 먼저 받아보는 게 지상과제였고, 학교에서 직접 수령했다 해도 부모님께 확인을 받는 일은 늘 난관이었습니다. 물론 자랑스런 성적표를 받는 날이면 이런 난관이 단숨에 생략되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랑스런 성적표를 받았더라도, 부모가 어떻게 읽어주느냐에 따라 꼭 칭찬을 들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이것 밖에 못 했느냐?’, '이 과목은 왜 오르지 않았느냐?’ 성적표 안에서 집어 낼 수 있는 꾸중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25일, 한국은행은 작년도 한국 경제 성적표를 발표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 성장률이 어떻게 나올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고, 2021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4% 성장으로 집계 되었습니다.


한껏 자랑스러웠는지 홍남기 부총리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 첫해인 2020년에는 역성장 폭을 최소화 했고, 코로나 2년 차인 지난해는 4% 성장을 통해 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달성했음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실재로 기재부가 추정한 G20 주요국의 경제 회복 속도를 살펴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었던 2019년 GDP를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은 103.1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은 102.0, 호주는 101.3으로 우리보다 회복 수준이 낮았고,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은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런 성적표를 두고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2021년 경제 성장은 2020년의 마이너스 성장의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있었고, 4% 성장을 3.99%로 표현한 언론도 있었습니다. 또, 지난해 4분기, 정부가 50조원에 가까운 추가경정 예산의 돈 잔치를 통해 억지로 만든 4% 성장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똑같은 4%를 두고도 읽는 이에 따라 각자 입장이 천차만별입니다. 경제 양극화 상황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강한 경제’라는 것도 조금은 민망해보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단점을 찾아내어 애써 깎아 내리려고만 하는 시도도 눈물겨워 보입니다.


여러분은 이 숫자를 어떻게 읽으시는지요? 그리고 얼마나 성장해야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요?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4%냐 3.99%냐의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이러한 경제 성장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지, 아니면 일부 대기업과 부유층에만 국한된 것인지 좀 더 꼼꼼히 살피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은, "2021년 경제성장률, 4%라 쓰고 각자 편한 대로 읽는다."였습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공정하게 평가되고, 그 성장의 결과가 약하고 소외된 이들 안에서 더 효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
cpbc 서종빈 기자(binseo@cpbc.co.kr) | 입력 : 2022-01-28 15:00 수정 : 2022-01-28 16:56

■ 인터뷰 및 기사를 인용보도할 때는 출처 'cpbc 가톨릭평화방송'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