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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쏟아지는 창가에서 삶에 지친 당신을 기다립니다

햇빛 쏟아지는 창가에서 삶에 지친 당신을 기다립니다

[숨, 쉼, 공간] (1) 박재찬 신부의 면담·고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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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1 발행 [1601호]



햇빛 쏟아지는 창을 곁에 두고, 두 손을 모읍니다.

문을 열고 들어올 당신을 기다립니다.

살아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육신을 치유해주는 병원은 많지만

영혼을 치유해주는 곳을 찾지 못해 서성이셨나요.

많은 이들이 아픈 마음을 끌어안고 살지만

어떻게 치유하는지 몰라 헤매곤 합니다.



1시간씩 1년도 좋습니다. 30분도 좋고요.

착한 목자의 마음으로 당신의 고통을 들으려 마음을 비웁니다.

성령께서는 고통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시는 당신을

하느님께 인도하십니다.



삶의 가치관과 생활습관, 가고 싶은 길의 방향이 달라 서로를 끌어안으면서도 힘겨워하는 많은 부부가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남편과 다투시곤 도망쳐 갈 곳 없는 자매님께 방을 내어드린 일도 있었지요.

한 자매님은 남편이 문제가 많아 치유시켜 달라고 오셨는데 1년간 부부상담을 한 후 자신을 바라보는 치유의 기적을 얻어가셨습니다.

오랜 수도생활 끝에 다시 성소를 식별하러 오신 수녀님이 수녀원을 나가야 하는 이유를 가득 안고 오셨습니다.



문제가 없는 사람, 문제가 없는 가정은 세상에 없습니다.

예수님은 문제를 없애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문제(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잘 들어드리기만 했을 뿐인데 그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치유받고 돌아가시는 분들을 봅니다.

몸 따로 영혼 따로가 아니더군요. 한 덩어리입니다.



처음 사제가 됐을 때, 사실 어려웠습니다. 아픈 분들의 힘겨운 이야기를 몇 시간째 듣고 있노라면 그 고통의 파편들이 제게 옮겨왔습니다. 감정이입이 됐거든요. 고통과 고뇌의 시간을 받아 안아야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방입니다. 성령께서 사람들을 하느님께 인도해주는 곳이니까요.



햇살 들어오는 창가에는 사람들의 들숨 날숨이 켜켜이 쌓여갑니다.

이 공간의 공기는 영혼이 아픈 이들의 눈물과 미소, 한숨, 울음소리, 탄식을 기억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요.

이곳을 다녀간 분들이 화분과 성물을 놓고 갑니다. 치유에 대한 감사의 마음입니다. 제 뒤에 걸린 나무 작품에 새겨진 ‘그대로 이루어지소서’가 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겁니다. 정말이에요.



우리 모두에게는 내면의 지성소가 있습니다. 각자에게 예수님이 사시는 공간이지요.

세파에 지친 내면의 공간을 그리스도로 충만해지게 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햇빛 쏟아지는 창을 곁에 두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동안 살아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부산 분도 명상의 집(부산시 금정구 오륜대로 145-16)
박재찬 신부의 면담·고해실  



글=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사진=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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