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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생명의 가치 일깨운 생명운동의 ‘주춧돌’

우리 사회에 생명의 가치 일깨운 생명운동의 ‘주춧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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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2 발행 [1611호]

▲ 생명지키기에 평생을 바친 정진석 추기경, 신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하느님만이 생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사회에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교회 사명입니다. 생명은 사람이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 진보와 발전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생명체 안에 하느님께서 정해놓으신 규칙을 인간이 조작해서는 안 됩니다.”
 

2012년 5월 31일 정진석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 이임을 앞두고 교계 언론사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직을 떠날 때도 무분별한 생명 연구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등 평생 생명수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제1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 명동성당 문화관 2007.1.15

 

생명 수호의 기수가 되다
 

정 추기경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교구 생명위원회 설립과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설립이다. 2005년 전반기, 대한민국의 봄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를 칭송하는 신드롬이 절정에 달했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정 추기경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비도덕적 행위”라는 내용의 주일 미사 강론 자료를 내놓았다. 이어 황 교수를 직접 만나 인간배아를 파괴하여 얻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한다는 가톨릭교회 입장을 분명하게 전했다. 이는 국내ㆍ외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우리 사회에 생명이라는 최고 가치의 의미를 일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정 추기경은 생명 운동을 대표하는 기수가 된 것이다.
 

그는 생명 보호를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5일, 서울대교구는 생명위원회를 발족하고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1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12월 4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외교 사절과 국회의원 등 내외빈이 참여한 가운데 제1회 생명 미사를 봉헌했다. 정 추기경은 “과학 기술을 잘못 사용할 때 인간을 비인간화시키고 인간을 수단화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인간과 세상과 생명의 주인을 인간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되며, 생명의 주인은 오직 창조주 하느님 한 분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 추기경이 설립한 생명위원회는 생명의 신비상 및 생명수호 주일 제정 등 다양한 생명수호 활동을 통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생명운동의 주춧돌이 됐다. 2007년 첫 수상자를 배출한 생명의 신비상은 올해로 16회째를 맞게 된다. 2008년 매년 12월 첫째 주일을 생명수호 주일로 결정한 이래 올해 12월 14번째 행사가 열리게 된다. 또, 생명위원회는 신자들에게 가톨릭교회가 왜 생명을 존엄하게 여기는지,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알리고 교육하는 데도 주력했다. 생명 관련 교회 문헌 읽기 모임, 참생명학교, 청년 피정, 찾아가는 생명 교육, 자연출산조절 교육, 학술대회와 생명수호 담당자 양성, 각 본당 생명분과 설치가 이어졌다. 이같은 노력은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 사이에서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됐다.

 

▲ 정진석 추기경 헌신봉헌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 전문가 양성과 장기 기증 문화 확산
 

생명위원회가 안착 단계에 접어들던 2007년 정 추기경은 우리 사회의 생명문화 확산에 큰 몫을 하게 될 또 다른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바로 생명윤리 전문가 육성을 목표로 하는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개설이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은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생명윤리에 대한 전문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것이었다. 정 추기경은 “올바른 생명 문화 건설을 위한 학문적 연구와 전문인 양성은 우리 시대의 시급한 요청”이라며 “생명대학원은 이러한 시대적 징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응답”이라고 말했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는 연명치료 중단, 말기 환자 돌봄, 병원윤리위원회 등 생명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대폭 커졌다. 14년 전 생명윤리 전문가 양성이라는 정 추기경의 결심이 국내는 물론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적인 생명 문화 연구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울러 정 추기경은 장기 기증이라는 ‘생명 나눔’의 불씨를 직접 지피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2006년 6월 23일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중서울지역 사제 성화의 날 행사에 참석한 정 추기경은 “장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는 수천 명에 이르지만 뇌사자는 한해 100여 명에 불과하다”며 사후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헌신 봉헌서를 제출했다. 정 추기경은 “뇌사자 장기 기증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람은 소중한 것을 주고받을 때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 사랑과 행복을 체험한다”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이 선두에 서면서 사후 장기 기증 서약자는 대폭 늘어났다. 서울대교구 전체 사제 가운데 유학 중인 사제 등을 제외한 600여 명이 동참했다.

 

생명수호와 생명존중 호소
 

정 추기경은 청주교구장 시절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낙태를 비판하는 등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2010년 부활절 담화에서 “교회가 낙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 죄도 없는 태아가 가장 안전한 어머니 뱃속에서 살해당하기 때문”이라며 “생명을 수호하려는 범국민적 의식 변화와 함께 정부와 관계 기관의 정책 결정 등 실제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의 동참도 호소했다. 2009년 4월 29일 신자 국회의원들과의 조찬 미사에서 정 추기경은 “모자보건법은 낙태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이 있어 입법자 의도와 달리 해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교회의 생명수호와 생명존중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입법 활동을 주문했다.
 

출산과 가정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2004년 11월 로마에서 열렸던 교황청 가정평의회 제16차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정 추기경(당시 대주교)은 “출산은 하느님 사업에 동참하는 거룩한 창조활동”이라며 “낮은 출산율과 높은 이혼율로 대변되는 현대 가정의 위기는 교회가 가장 역점을 두고 관심을 가져야 할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1997년 경영난에 빠진 청주리라병원을 인수해 청주성모병원으로 출범시킨 데 이어 2009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강남성모병원을 서울성모병원으로 재탄생시킨 것도 생명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정 추기경의 덕이었다. 정진석 추기경은 2007년 10월 7일 병원 상량식에서 “성모님의 자애와 사랑으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생명존중 정신을 실천하는, 모든 가톨릭 의료기관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독려했다. 2009년 3월 개원한 서울성모병원은 지상 22층, 지하 6층, 1368병상의 규모로 단일 건물 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이 됐다.
 

현재 서울성모병원은 한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병원이자 대한민국 유수의 병원으로서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체현하여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살핀다’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영성 구현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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