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8 | 9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마지막 순례길
티베트인들은 인생의 세 단계를 살아간다. 청년기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장년기까진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돌보고 노년이 되면 신에 귀의해 다음 생을 향한다. “내 생의 마지막 순례길을 오체투지로 왔다오. 엎드려 대지와 하나가 되면 들꽃이 말을 하고 일어서 합장하면 하늘 구름이 말을 한다오. 일하고 살림할 땐 미처 귀 기울이지 못했는데 텅 빈 마음에 고요한 환희심이 차오른다오. 내 영혼이 낡은 육신을 떠나면 초원의 들꽃이 되고 독수리의 날개가 되어 다음 생으로 유유히 날아가기를 기도한다오.”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03-08 | 8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티베트 초원의 강
황하가 처음 몸을 틀어 아홉 번 굽이쳐 흐르는 루얼까이 초원의 강물 위에 붉은 석양이 내린다. 관광객들은 절경을 촬영하느라 분주한데, 종일 손님을 태우지 못한 티베트 여인이 무거운 어깨로 저녁 기도를 바친다. 말은 미안한지 가만가만 그 곁을 지킨다. 굽이굽이 흘러온 강이 전하는 이야기. 삶은 가는 것이다. 그래도 가는 것이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릴지라도 서둘지 말고 가는 것이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이다.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03-08 | 9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흙바닥 놀이터
학교도 없고 책도 없고 장난감도 귀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흙바닥과 돌멩이 하나만 있으면 금세 가지가지 놀이를 만들어낸다. 아이들의 작고 신비로운 가슴 안에는 이미 모든 씨앗이 다 심겨져 있으니. 결여는 창조성을 꽃피우는 개척지이니.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03-08 | 9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바닷가 마을의 담소
인도 베따꾼 항구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아침에 고깃배가 들어오면 물고기를 나르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가난한 형편이지만 마을 골목길 어디서나 이런 모습이다.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 들어주고 뭐라도 나눠 먹고 힘든 일은 같이 풀어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의 길만 끊기지 않으면 우리는 만나고 모이고 해내며 살아간다.
03-08 | 8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등 뒤의 그대가 있어
화산 폭발로 생겨난 비옥한 대지에서 자라는 인도네시아의 과일과 야채는 그 맛이 일품이다. 수확한 과일을 지고 나서는 아빠를 배웅하는 가족. 이것이 고단한 노동 속에서도 내가 사는 힘이다. 내 등 뒤에 그대가 있어 나는 나아갈 수 있으니. 나는 나 하나만의 존재가 아니다. 내 힘만으로 살아가는 생이 아니다. 내 등 뒤를 지켜주는 이들이 있어 그래도 나는 살아갈 것이니.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11-07 | 6
또박또박 천천히
세월의 풍파 헤쳐온 손에 뭉뚝한 연필 쥐고 새로운 배움을 꾹꾹 눌러 종이에 새긴다.
10-18 | 4
붉게 물든 단풍처럼
나뭇잎도 때를 안다.
09-25 | 4
노숙자 예수
태풍에 흔들리는 갈대밭 사이로 벤치에 누워 있는 노숙자 상이 보인다.
09-10 | 3
기도 안에서 쉬는 삶
기도는 일상의 작은 쉼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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