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0 | 6
차마고도의 석두성
‘구름의 남쪽’ 윈난의 숨은 보석인 석두성은 거대한 암석 지반에 세워진 높다란 마을이다. 그 옛날 티베트의 말과 윈난성, 쓰촨성의 차를 교역하며 만들어진 차마고도는 실크로드보다 앞선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명 길이다. 오로지 말과 사람의 두 발로만 들어갈 수 있는 길. 석두성 마을의 여인이 가파른 비탈에 쌓아 올린 계단밭에서 기른 작물을 담아 장터로 나선다. 박노해 가스파르 (시인)
04-30 | 4
하늘까지 이어진 밭
‘하늘까지 이어진 밭’이라 불리는 ‘안데스’ 고원. 만년설산의 흰 기침이 선득 이마에 닿는 아침, 눈바람 사이로 눈부신 태양이 길을 비춘다. 지구의 저 높고 험준한 고원에서 차빈 문명과 나스카 문명 그리고 잉카 문명을 일군 사람들. 수천 년 된 안데스의 고원 길을 걸어갈 때 맨발로 이 길을 내어온 발자국 소리가 울린다. 지상의 무거운 중력을 이고 지고 걸어 오르는 안데스 농부들의 하늘 걸음이 울려온다. 박노해 가스파르 (시인)
03-08 | 8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아이들의 ‘나무돌이’
카슈미르 땅에 피어나는 아몬드나무 꽃은 긴 겨울이 끝났음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다. 아직 언 바람이 불어오는데 붉은 볼의 아이들이 나무돌이를 한다. “할아버지랑 심은 아몬드나무예요. 돌아가신 엄마아빠가 좋아했던 나무래요. 나무야 나무야 어서어서 꽃 피어라, 우리가 널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고 발자국 소리를 들려주는 거예요.”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03-08 | 9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마지막 순례길
티베트인들은 인생의 세 단계를 살아간다. 청년기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장년기까진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돌보고 노년이 되면 신에 귀의해 다음 생을 향한다. “내 생의 마지막 순례길을 오체투지로 왔다오. 엎드려 대지와 하나가 되면 들꽃이 말을 하고 일어서 합장하면 하늘 구름이 말을 한다오. 일하고 살림할 땐 미처 귀 기울이지 못했는데 텅 빈 마음에 고요한 환희심이 차오른다오. 내 영혼이 낡은 육신을 떠나면 초원의 들꽃이 되고 독수리의 날개가 되어 다음 생으로 유유히 날아가기를 기도한다오.”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03-08 | 8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티베트 초원의 강
황하가 처음 몸을 틀어 아홉 번 굽이쳐 흐르는 루얼까이 초원의 강물 위에 붉은 석양이 내린다. 관광객들은 절경을 촬영하느라 분주한데, 종일 손님을 태우지 못한 티베트 여인이 무거운 어깨로 저녁 기도를 바친다. 말은 미안한지 가만가만 그 곁을 지킨다. 굽이굽이 흘러온 강이 전하는 이야기. 삶은 가는 것이다. 그래도 가는 것이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릴지라도 서둘지 말고 가는 것이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이다.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03-08 | 9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흙바닥 놀이터
학교도 없고 책도 없고 장난감도 귀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흙바닥과 돌멩이 하나만 있으면 금세 가지가지 놀이를 만들어낸다. 아이들의 작고 신비로운 가슴 안에는 이미 모든 씨앗이 다 심겨져 있으니. 결여는 창조성을 꽃피우는 개척지이니.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03-08 | 9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바닷가 마을의 담소
인도 베따꾼 항구 바닷가 마을 사람들은 아침에 고깃배가 들어오면 물고기를 나르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가난한 형편이지만 마을 골목길 어디서나 이런 모습이다.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 들어주고 뭐라도 나눠 먹고 힘든 일은 같이 풀어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의 길만 끊기지 않으면 우리는 만나고 모이고 해내며 살아간다.
03-08 | 8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등 뒤의 그대가 있어
화산 폭발로 생겨난 비옥한 대지에서 자라는 인도네시아의 과일과 야채는 그 맛이 일품이다. 수확한 과일을 지고 나서는 아빠를 배웅하는 가족. 이것이 고단한 노동 속에서도 내가 사는 힘이다. 내 등 뒤에 그대가 있어 나는 나아갈 수 있으니. 나는 나 하나만의 존재가 아니다. 내 힘만으로 살아가는 생이 아니다. 내 등 뒤를 지켜주는 이들이 있어 그래도 나는 살아갈 것이니. 박노해 가스파르(시인)
LIST
< 처음
1
2
3
검색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