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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꽃으로 물든 아름다운 순례길
산과 언덕이 온통 꽃으로 덮였습니다. 희고 노란 예쁜 꽃들이 온 산을 물들입니다. 말 그대로 꽃동산입니다. 한참을 아름다운 광경에 취해 꽃길을 걷습니다. 간식까지 먹으며 머물다가 미련 속에 발걸음을 옮깁니다. 뜻밖에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집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조금 전 아름다움에 취했던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순례길에서도 이따금 반전이 생깁니다.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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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철 십자가’ 앞에서 드리는 기도
철 십자가입니다. 직경 10m 남짓한 둥그런 돌무더기 가운데에 5m 높이의 나무 기둥이 있고 그 위에 철 십자가가 얹혀 있습니다. 기둥 틈새에는 다양한 사연이 담긴 사진이나 엽서, 편지 등이 끼워져 있습니다. 돌무더기에도 온갖 사연의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습니다. 내려놓아야 할 짐을 적은 돌을 집에서부터 가져오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한 소원을 놓고 가기도 합니다. 돌무더기에서 해돋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순례자들도 많습니다.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소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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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포도밭의 장미
온 천지가 포도밭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입니다. 한 농원은 이랑 끝마다 장미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집에서 곱게 키워야 할 예쁜 장미꽃을 들판에 심어놓다니.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참 아름다웠습니다. 주인에게 이 농원은 집안 못지않게 중요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임이 분명합니다. 온 정성을 다해 자신의 철학이 담긴 포도주를 만들고 귀중한 소득을 올리는 곳…. 농부의 소신과 여유와 낭만이 넘쳐흐르는 느낌이었습니다. 세계 최고 포도주라는 자부심에 이해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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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끝없는 대평원 ‘메세타’
해발 고도 600~900m 고원 지대인 ‘메세타’(Meseta)는 우리말로 ‘탁자’란 뜻이랍니다. 남한 면적의 약 5배인 스페인의 3/4가량이 메세타라고 하니 그 광활함이 가늠되지 않습니다. 넓디넓은 대평원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 그 길을 따라 순례자들이 묵묵히 걸어갑니다. 세찬 바람이 밀밭에 거센 파도를 일으키면 순례자는 조각배 마냥 몸을 가누기조차 힘듭니다. 물집이 곪아 절뚝거리는 한 여대생에게 약을 건넸습니다. 무엇이 그를 이끌고 있는지, 포기하지 않고 순례를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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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용서의 언덕에 올라 참회하다
8㎞ 정도나 줄곧 오르막길이 계속됩니다. 그러나 사방이 탁 트인 꼭대기에서의 전망은 긴 언덕길을 용서하고도 남는다고 합니다. 한 조각가가 순례를 주제로 만든 설치 작품이 세찬 바람 속에 순례객들을 맞이하고, 한편에는 풍력발전기가 즐비합니다. 용서의 언덕 또는 자비의 언덕이라는 곳입니다. 퍼뜩 ‘누구를, 무엇을 용서할까’ 생각해보지만 ‘누구에게 용서를 청해야 할까’ 하는 반성이 금세 뒤따릅니다. 걷노라면 잊어버렸던 예전의 아주 작은 일까지 떠올라 순례 기간 내내 용서를 빌고 또 용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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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순례길
자연은 참 신비합니다. 더없이 맑던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모여 하늘과 땅이 컴컴해지기도 합니다. 어딘가 조금 벌어진 구름 틈새로 빛내림이 생기기도 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쨍쨍 내리쪼이는 햇볕과 엄청난 눈보라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천지 창조가 연상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한 장면을 마주한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어둠이 있어 빛이 더욱 빛나고 값지듯 2000리 800㎞를 걸어서 도달하는 산티아고 대성당은 그 기쁨과 가치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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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온화하고 평화로운 목초지
순례길에서 마주친 한 목장입니다. 넓은 목초지에 비해 얼마 되지 않는 양 떼가 눈에 띕니다. 처음엔 뭔가 잘못된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넓은 초원에 저렇게 적은 수의 양 떼라니…. 계속 이런 광경을 만나고 나서야 순례길 주변의 광활한 땅과 여유로움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식당에서 감탄한 푸짐하고 부드러운 고기 맛도 오랜 시간 힘들게 걸은 후의 허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넓고 맑고 푸른 대지에서 여유롭게 자란 결과가 아닐까요? 우리의 성품도 환경을 바꾸면 여유롭고 풍족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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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바람에 일렁이는 밀밭
봄철 순례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의 하나입니다. 사방 360도 어디를 둘러봐도 지평선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드넓은 평원. 광활하다는 표현이 저절로 떠오르는 끝없는 대지에 무한정으로 펼쳐진 밀밭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바람이 지나갑니다. 때론 성난 파도처럼, 때론 부드러운 어머니의 손길처럼. 변화무쌍한 동영상입니다.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미미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순례를 계속하는 자신의 대단함 또한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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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순례자를 위한 ‘여왕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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